정광 (고려대학교). 1998. 舊蘇聯의 언어학과 初期 북한의 언어연구 (Linguistics in the Soviet Union and its Influence on Early Linguistic Studies in North Korea). Language Information . Volume 2. 143-217.

 

  이 연구는 초기 북한의 언어연구에 영향을 준 구소련의 언어학을 조감하고 그것이 어떻게 북한언어학에 반영되었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남북으로 분단되어 6.25동란과 같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은 완전히 유리되어 전혀 왕래가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엄중한 냉전 체재 아래에서 북한은 일부 공산권 국가를 제외하고 어떤 나라와도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완전히 폐쇄된 채 독자적인 발전을 도모하였다. 학문도 마찬가지여서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과 중국의 학문만이 북한에 영향을 주었다. 언어학도 예외는 아니였다. 초기 북한의 언어학은 주로 구소련의 언어학을 그대로 수입하여 국어 연구에 이용하려 하였으며 북한 학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마르주의 언어학을 비롯한 구소련의 마르크시즘의 언어학이 북한에서 주류를 이루었다.

구소련의 언어연구는 帝政 러시아의 末期에 시작된 보드엥 드 꾸르뜨네의 까잔학파에서 현대적인 연구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보드엥은 드 소쉬르에 못지 않은 현대언어학의 선구자로서 언어의 공시적 연구와 구조주의적인 언어 연구 방법을 신봉하였다. 그와 거의 동시대에 모스크바에서는 포르뚜나또프 학파의 언어연구가 있었으나 그들은 주로 드 소쉬르의 이론을 비롯하여 당시 서방세계에서 발달시킨 언어연구 방법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帝政러시아시대의 쌍크트 뻬쩨르부르그에서는 드 소쉬르의 언어학보다 보드엥의 언어학에 더 친숙하였고 이곳을 중심으로 구소련의 마르크시즘의 언어학이 태동하게 되었다.

러시아 혁명 이후 구소련에서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새로운 언어연구는 엔. 야. 마르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그는 스스로 마르크시즘의 투사로 자처하였으며 초기 스탈린 시대에 그는 구소련의 언어학을 주도하는 인물이었고 그의 이론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무자비하게 숙청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동향인 스탈린과 더불어 언어학계의 독재자이었으며 暴君이었다. 그러나 마르주의 언어 이론이 스탈린 자신에 의하여 비판을 받으면서 마르크시즘의 언어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 때에 주목을 받게 된 언어학자가 바흐친이며 그의 연구는 비단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학에까지 확대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구소련의 언어연구, 특히 마르주의 언어학과 바흐친 등의 마르크시즘의 언어연구에 대하여 살펴보고 그것이 어떻게 북한 언어연구를 변모시켰는가를 고찰하였다. 특히 초기 북한에서 간행된 언어학 잡지인 <조선어 연구>를 중심으로 구소련의 언어학이 어떻게 북한에서 수입되어 연구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